저의 내비게이션 사용 패턴은, 사실상 100% 라고 보시면 됩니다. 길치라서 그런건 절대 아니구요. 오히려 목적지가 있으면 미리 그 주변 로드뷰를 본다거나, 대략적인 주요 도로를 외워둔다거나, 주변 건물이나 특징적인 부분을 한번은 머리속에 넣어두고, 목적지 주변의 도로 구조를 한번은 꼭 봐야 하는데, 그 덕분에 저는 적어도 길치라는 이야기를 듣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뭐.. 매일 출퇴근길, 주요하게 다니는 길이라면 안찍을법 하다고 생각하실 수 도 있지만, 도로, 교통사정이 그때그떄 달라지는걸 업데이트받아서 길을 다르게 안내해주면 어느정도 앞의 상황이 어떤지는 그려지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현대 내비 기능은 아주 훌륭합니다. 신호대기시 전체 경로도 잘 보여주고, 경제, 추천, 무료, 빠른 과 같은 용도에 맞게. 그리고 저는 경제경로를 좋아해서 아주 잘 써먹고 있지요. UIUX도 다들 욕을 하지만 저는 가장 최적화되어서 아주 편한 내비게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블루링크를 이용한 전방 교통 특이점(사고등)을 알려주거나, 고속도로 VMS, VDS 정보를 잘 가져와서 실시간 교통 판단에도 잘 활용하구요.
근데, 저는 이번에 블루링크를 사용해보지 않을 계획입니다.
왜냐면, 어차피 지도 데이터 자체는 기기에 저장되어 있고, 기기 자체의 길안내 기능이 있어 내비게이션 본연의 기능을 못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그 외에 블루링크를 사용하는 기능이 과연 제가 쓰는 것들이 있을까… 싶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원격 제어 같은걸 사실상 거히 없었습니다. 간혹 도착예정알림문자 같은 기능은 유용하게 썼지만, 그게 없어도…? 라는 생각도 들구요. 물론, 길안내 기능에 블루링크가 적극적으로 쓰인다는건 알고 있지만, 그게 없었을때의 수준이 과연 못 써먹을 수준일까? 물론 전방 교통 특이점을 안내해주거나, VMS, VDS정보가 제한되는건 아쉽긴 한데, TPEG 신호는 아주 잘 들어오니까요. 그리고, 길안내 때문에 불편할거면 차라리 안드로이드 오토 내비를 사용하는것이 정답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마침 블루링크 무료기간이 종료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즉, 다시말하면 제 차가 5년이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블루링크 종료되니 유료 전환 하라고 만료 일주일 전부터 문자를 이틀에 한번, 전화는 사흘에 한번 꼴로 안내하더니, 오늘 10일인데, 9일 종료된다고 하는 이상한 문자를 보내놨네요. 여튼 아침에는 블루링크가 끊기지 않았는데, 퇴근시간에는 결국 끊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특이점이 있었기에 그걸 보니 사용기를 쓰는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인포테인먼트가 켜지면서 반겨주는 창은 ‘블루링크 좋은데… 함 잡숴볼래요? 아니면 30일 뒤에 다시 알려줄게요~’ 라서, 기분이 팍 식는군요. ‘다시 보이지 않음’ 같은 옵션은 없습니다.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한달마다 저 메세지를 다시 볼 때마다, 아 5천 5백원 아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네요. 하나 더 있다면, 홈 화면에서 우측 상단에 블루링크에 금지 표시(즉 연결 안됨) 가 박히는것 정도?
우선 짜잘한 것 부터 차이점을 설명하면… 어차피 블루링크에 대한 기능은 평소에도 거히 쓰지 않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 일단 모바일 앱에서 블루링크 제어가 사라지니 오히려 디지털 키 연결을 바로 시켜줘서 앱 켰을때 디지털키가 생각보다 빨리 붙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너무 긍정적이네요. 기존에는 블루링크 서버랑 연결한다고 디지털 키 연결이 진행되지 않았고, 디지털 키 연결하려면 그 조그마한 ‘디지털 키 연결’ 이라는 버튼을 눌러줘야 했었지만, 지금은 애초에 블루링크가 빠지면서 디지털 키 가 바로 떠서 좋네요. 단 제 차는 디지털 키 1 차량이여서 현 세대 차량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운행기록등을 볼 수 있는 화면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주행거리 업데이트도 안되구요. 소모품 현황도 그냥 주행거리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 제어 화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집니다. 빌트인 캠 연결 기능만 남네요.
- 차에서는 따로 블루링크 기능이 자동으로 빠지거나 하지는 않는데, 일단 분할화면 옵션은 초기화 되었고, 디지털 액자 기능도 꼴에 블루링크 기능이랍시고 ‘블루링크 좋으니까 가입하셔요’ 라는 메시지를 띄워둡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메시지박스처럼 구성해놨는데 [확인]과 [뒤로] 버튼이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는데요. 뒤로가 오른쪽에 있는 블랙패턴도 그렇고, 확인 버튼 누르면 블루링크 가입 방법이 (굳이 필요없지만)친절하게 안내됩니다.
이렇게 대부분이 기능이 빠지다보니 마이현대앱은 디지털 키 기능 남고, 빌트인 캠 연결하는 기능 남아 있구요, 소모품 이런건 의미 없어지고, 이러다보니 전반적으로 앱이 쾌적합니다. 남는건 이제 자사 광고 같은거 밖에 없는데, 블루링크 기능 살아 있었을때는 시도때도없이 블루링크 통신한다고 로딩 이미지 뜨고 그랬다면, 전반적으로 쾌적해져서 디지털 키 기능을 쓰기 아주 편해졌어요. 물론 위젯 같은건 활용 안되지만요.
두번째로, 내비 기능 자체만 얘기하자면
- 경로 종류가 단순화됩니다. ‘오프라인 경로’, ‘최소 요금’, ‘최단 거리’ 만 남습니다. 경로 종류 편집 기능도 없어지구요. 그리고 경로탐색 속도는 아주 빠릅니다. 여기까지는 OK, 하지만 뒤에 그 이유가 나오는데 일단 계속…
- 지도에 교통 상황을 색상으로 표시해주는 (빨간색 정채, 노란색 서행, 초록색 원활) 형태가 달라집니다. 블루링크 당시에는 약간 색상이 히끄므리 했다면, TPEG 정보를 받는 색상은 상당히 찐한 색상이네요. 오히려 눈에 잘 들어와서 좋습니다. 그리고 TPEG 정보가 블루링크 정보에 비해 더 세세하고 정확도가 높아 보입니다. 블루링크의 교통정보는 뭔가 퉁쳐져서 표시되어 있다면, TPEG 정보는 같은 도로에서 세세하게 나눠서 표기됩니다. 그리고 교통정보갱신 주기 자체도 블루링크보다 더 자주 일어나는것 같구요. 이 느낌의 차이를 요근래에 블루링크 종료전 대비한다고 안드로이드 오토 도 쓰면서 돌아다녔는데, 네이버 지도가 표기하는거랑 거히 비슷한 느낌으로 표현해줍니다.
- 전반적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체가 생각보다 훨씬 쾌적해집니다. 부팅 직후는 당연하고 (블루링크 연결하고 날씨정보 가져오고 변경사항 가져오고 이런 과정 자체가 생략되니…), 평상시 상황에서도 반응속도가 확실히 더 안정적입니다. 내비게이션 자체도 쾌적해지는데… 차량에 속도, 위치에 따른 화면 갱신이 차이가 미묘하지만 느껴질 정도입니다. 검색도 빨라요.
여기까지는 의외로 알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인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나빠지는게 있습니다. 일단 사진 부터 보시고 시작하시죠.,

- 내비게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길안내가 너무 단순해집니다. 기존에는 큰길 외에 어느정도 차량이 통행하는데 무리 없는 골목길을 목적지 근처에서 섞어서 안내해준다거나, 그렇게 신호가 많지 않은 적당한 속도의 길을 안내해준다거나와 같은, 제가 하는 표현으로 ‘길을 잘 아는 사람’ 의 안내를 해줬다면, 내장된 ‘오프라인 경로’ 는 사실상 과거 사제 내비등에서 찾을 수 있는 경로 ‘큰길 우선’ 과 거히 동일한 수준으로 동작합니다. 그러니 경로탐색이 아주 빠르지요. 골목길 같은 복잡한 계산 비용을 애초에 무시합니다. 출발지 주변에 빠져 나가는 것만 계산하는 느낌이예요.
- 이놈의 도착예정시간은 고무줄이 됩니다. 분명히 퇴근시간 45분~50분 정도 걸리는 경로를 25분만에 주파 가능하다고 장담을 하면서 길 안내를 시작하더니,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1분씩 점점 줄이다가, 갑자기 10분씩 확확 늘립니다. 근데, 10분 늘려놓고 다시 눈에 띄게 1분씩 야금야금 도착예정시간을 줄입니다. 이거를 45분 동안 3번을 합니다. 블루링크의 그 신들린듯한 완벽한 도착예정시간을 보다가 무슨 5초마다 1분씩 줄어드는 도착예정시간을 보니 아쉽습니다. TPEG 정보를 토대로 도착예정시간을 계산하는 수준이 2000년대 중후반에 유형했던 과거 사제내비 솔루션 보다 못합니다. 심지어 경로 탐색시에도 이걸 제대로 계산 못해서 대략적인 도착 시간을 알기도 어렵습니다.
- 재탐색 기능이 현재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하도 도착 예상 시간이 지 맘대로라서 재탐색을 하도 직접 눌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블루링크때는 꽤 자주 재탐색을 했는데, 이거는 재탐색을 안했습니다. 뭐 이건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 음성 검색 기능이 사실상 없어집니다. 일단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이해하던 블루링크와 다르게, 로컬은 애초에 알아들을 생각 자체를 안합니다. 받아쓰기 조차 안하는걸 보면 그냥 그 신들린듯한 잘 알아먹는 검색 기능은 사실 서버 기반이었다는걸 정확히 인지하게 되지요. 정확히는 미리 정해진, 기능에 대한 말 만 이해합니다. ‘최근 목적지’, ‘우리집’, ‘회사’ 같은 것만요. 블루링크때는 ‘집으로 가자’, ‘회사로 가자’ 같은것을 아주 잘 알아먹었다면, 오프라인은 저것 자체를 이해 못합니다. 거기다가, 못 알아 들었으면 그냥 못 알아들었다고 하면 되지… ‘블루링크에 가입하시면 잘 알아들을 수 있는데요? 가입하실래요?’ 를 시전해버립니다.
즉 내비 기능 자체가 전반적으로 블루링크의 도움을 많아 받아 동작하는 것이었고, 길 안내 부터 도착예정시간 까지 로컬의 동작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구색만 맞춰둔 느낌인게 딱 느껴집니다. 이건 좀 문제가 있긴 한데, 문제점으로 삼고 이야기를 나눌 건덕지가… 현대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러니 블루링크 가입을 유도하는 형국이 되서… 몰?루 시전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현대 내비가 저는 UI, UX가 좋다고 생각하다보니, 뭐 백그라운드의 길안내 기능으로 생각하고 계속 쓸 것 같긴 한데, 만약 길 안내 성능이 중요하신 분들은 그냥 깔끔하게 유료 사용 하시면 좋겠네요.
일단 여기까지가 오늘 하루 느낀 점인데, 충분히 더 고민해보고… 몇일 더 써보고 안드로이드오토까지 다시 제대로 맞춰본 다음에 블루링크를 재가입할지, 이대로 쓸지 고민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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