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PC로 TV를 본다는 개념, 그리고 HTPC 라는 개념으로 PC에서 TV수신이 가능한 TV수신카드 혹은 TV수신기가 참 많았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국내 제조사만 해도 3~4곳이 있었고, 성능은 엇비슷하더라도 각 제조사에 특화된 기능이나 기술들을 접목시키고, 제품 형태에 따른 다양한 컨셉에 맞는 부가적인 기능들을 제공하거나 구성이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습니다. 2010년도 초반까지… 그때당시 PC로 TV를 본다는 개념은 좋게 얘기해서 그렇다는거고, 사실 진짜 목적은 TV 방송 녹화를 위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멸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이번에 구매한 Hauppauge, 하우포지 WinTV HVR-955Q 라는 제품 사용기를 작성해볼까 합니다.
TV수신카드 자체는 과거 90년도부터 있었습니다만, 아날로그 방송이 주류였을때에는 사실 TV신호를 녹화하기에는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였으며, TV수신을 위한 튜너는 상당히 제조 기술이 필요해 사실상 대기업의 튜너를 납품받아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단순 원가등의 요소 뿐만 아닌 드라이버 안정화, 동작 안정화, 그리고 불안정한 외부 신호의 처리등 여러가지 문제)로 TV수신카드는 딱히 인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컴퓨터가 있는 가정집은 TV 또한 상대적으로 큰 화면(20인치 대 브라운관)으로 있었으니 굳이 컴퓨터의 작은 모니터로 TV를 봐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홈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접하기 쉽지 않은 부품이었습니다. 이 사항은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된 직후에도 이어지는데, 당시 PC 성능이 1080i의 고화질 영상을 재생하기 벅차 하드웨어 가속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디코딩이 가능했을 정도였으므로 굳이 활용도가 높은 부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랬기에 2000년도 초, 중반까지만 해도 딱히 인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디지털방송으로 본격적으로 전환되기 시작 한 2000년도 중후반 쯔음에는 DXVA로 대표되는 GPU를 통한 동영상 재생기술을 지원하는 하드웨어도 많이 보급되었고, 춘추전국시대같은 다양한 코덱난립에서 벗어나 어느정도 표준화 되어 충분히 효율이 올랐으며(성능적으로나 용량적으로나), 그만큼 컴퓨팅 성능도 강해져 재생하기 아주 좋아졌습니다. 아날로그 NTSC 수직 240줄 수준의 4:3 영상에서 디지털 1920 * 1080i 의 16:9 영상은 소장욕구를 자극하기도 했지요. 이때쯤 가정용 인터넷도 xDSL이나 케이블 인터넷을 벗어나 100Mbps의 FTTx 로 보급된 것과 고용량의 하드디스크들도 보급되기 시작한 것 또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TV영상을 녹화하여 소유(라고 말하고 사실상 불법 공유, OO릴 처럼 TV방송을 불법 녹화하여 배포하는 그룹도 이때가 가장 많았지요.)하는 행위또한 많아졌으며, 이에 맞춰 TV수신카드, TV수신기등이 자연스럽게 보급된 것이다고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방송이 한참 보급되고, TV방송을 녹화하는 행위에 대해 한참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할 쯔음에, 새로운 디지털방송 규격이 정립되면서 이 분위기는 180도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UHD 방송 규격이 도입되면서 영상 신호에 암호화를 도입해 방송 녹화는 커녕 단순 재생조차 인증받은 제조사에서 생산한 TV에서 특수한 장치가 있는 환경에서만 이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호화하여 수신이 가능하도록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로인해 기존에 TV수신카드를 만드는 제조사에서는 더이상의 개발의지를 잃게 되었고 그동안에 있었던 각종 사회적인 문제들, 그리고 케이블로 들어오는 아날로그/디지털 영상신호를 캡쳐하는 기기 특성상 불안정한 드라이버 및 동작등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겹치게 됨과 동시에 TV수신 페러다임의 변화(별도 케이블 8VSB, ClearQAM 방송으로 수신하는게 아닌 IPTV나, QAM신호를 케이블 셋톱박스를 통해 수신하는 식), 그리고 TV, 영상물을 시청하는 환경 자체의 변화(당시 판도라TV, 유튜브나 아프리카로 시작해 현재 OTT등)로 인해 더이상 국내 환경의 TV수신기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또한 영상을 단순히 디스플레이 해주는 역할로 꼭 외부의 도움이 필요했던 TV가, 어느샌가 USB로 직접 영상을 재생하더니, IoT를 등에 엎을 만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주면서 과거처럼이지만, 과거와는 다른 이유로 굳이 PC로 TV를 볼 필요가 없어졌기도 했지요.
단순히 TV수신기라는 카테고리만 놓고 보더라도 그 기능 특성상 TV수신이 잘 되기만 하면 더이상의 발전 여지가 없기에 자연스럽게 점점 시장이 축소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었습니다.
그렇게 결국 과거의 TV수신카드를 제조 혹은 유통해온 업체 대부분이 파산 혹은 사업정리를 하게되었습니다. 꾸준한 제품 리뉴얼 출시, 최신 사양과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하여 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멱살잡고 끌었던 S모사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입장을 남긴 후 더이상의 신제품 출시는 커녕, 기존 출시했던 수신기들 조차 업데이트등을 지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현재 국내에서 TV수신기라는 이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제품은 전멸해버리고, 이제는 하우포지사의 제품만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마 국내에서 전멸한 TV수신기 시장을 파고들어서 자사의 제품에 한국의 방송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약간의 펌웨어를 적용하여 판매하는게 아닐까 싶은 수준으로, 국내 특화된 제품이 아닌것으로 보이지만, TV 수신을 위해서라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 제품들도 사실 리뉴얼 없이 계속 판매되고 있는 만큼 곧 단종되더라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위에서 볼 수 있는 하우포지 제품들 또한 굳이 따지면 과거 이바닥의 유명한 S모사와 견줄 만한 D모사와 연관되어 있긴 합니다만, 사업철수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하여 팔리게 되었고, 브랜드 이름만 남은 상황에 그 모기업인 M모사가 수입해오는 제품이라, 결국 TV수신기에서 씁쓸한 최종 승자는 이름만 남은, 이미 없어진 D모사가 된 게 아닌가 싶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 목적용으로, 혹은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의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그렇게 맞춰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TV수신기라는 제품이 주는 매력이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시장에 다양한 제품이 나온 떄보다 더 비싸고, 수준은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출시시기가 오래된 제품이 아직까지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는건 그만큼의 최소한의 수요는 아직 존재한다는거고, 여기에는 저도 포함된다는거죠.
저는 TV수신의 목적보다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겸 해서 구매한만큼, 사라져가는 시장에 유일하게 남은 제품의 사용기를 작성해보고자 하여 포스팅 해봅니다.
다음 글 : 제품 개봉, Hauppauge WinTV HVR-955Q 2편 – Minny’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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